절제된 스님들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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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스님들의 먹거리는 부처님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부처님 당시의 식생활 원칙은 ‘신도들이 주는대로 먹는 것’이다. 모든 수행자들이 특별한 거처 없이 산속이나 동굴 혹은 나무 밑에서 기거하면서 탁발을 통해 하루 한끼를 해결했기 때문에 음식을 가릴 입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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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당시 주식은 건반(말린 밥).맥두반(콩과 보리를 섞어 지은 밥).초(미숫가루).육(고기).병(떡) 등 5가지였고, 부식은 식물의 가지.잎사귀.꽃과 과일.우유.꿀.석밀 등이었다.
〈사분율〉 등에는 부처님이 탁발하는 방법과 음식을 먹는 방식에 대해 주로 이야기 했지 먹어서는 안 될 음식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부처님은 오히려 제자가 어떤 음식을 먹어야하는지 묻자 고기 생선도 먹으라고 한다.
〈사분율〉 제42권 약에 관한 법에는 다섯비구가 어떤 음식을 먹어야하는지 묻자 부처님은 “다섯가지 음식을 걸식해서 먹어라”며 “갖가지 밥 즉 쌀밥 보리밥 기장밥 조밥 피밥, 국수, 생선, 고기, 국, 젖, 타락(酪), 만누 채소, 뿌리 줄기 잎 꽃 열매 기름 참깨 엿 등으로 찐 음식등 갖가지 음식을 먹어라”고 한다. 이 말 뜻 속에는 신도들이 주는대로 먹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즉 중요한 것은 음식에 집착하지 않는 그 마음이지 내용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병든 비구가 신도에게 고기를 사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고기 섭취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비구들에게 고기를 공양하기 위해 살생을 저지르는 문제가 생긴다.
사가라는 이름을 가진 장군이 직접 소를 도살해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리하여 부처님이 먹어도 되는 고기 종류에 대한 원칙을 내린다. 그것이 삼종정육(三宗淨肉).오종정육(五種淨肉).구종정육(九種淨肉)이다.
삼종정육은 불견(不見, 자신을 위해 죽이는 것을 직접 보지 않은 짐승의 고기).불의(不耳, 남으로부터 그런 사실을 전해 듣지 않은 고기).불의(不疑, 자신을 위해 살생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지 않는 고기)를 말하며, 오종정육은 삼종정육 외에 수명이 다해 자연사한 오수(鳥獸)의 고기나 맹수 또는 오수가 먹다 남은 고기를 뜻하고, 구종정육은 오종정육 외에 자신을 위해서 죽이지 않은 고기나 자연사한 지 여러 날이 되어 말라붙은 고기, 우연히 먹게 된 고기,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인 고기 등을 말한다.
그러면 무엇을 먹었는가. 부처님이 극도의 고행을 중단하고 나아란자나 강에서 머리와 수염을 말끔히 깎고 목욕한 후 먹은 것은 수자타가 공양한 우유죽이었다. 성도후 최초의 재가신자가 된 트라프사와 바루리카 상인으로부터 받은 공양은 꿀과 곡식가루와 우유로 만든 음식이었다.
이를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부처님 당시 죽(粥)이 유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불교에도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아침에 먹는 죽반(粥飯)이 그것이다. 이 죽은 사찰음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는데 〈마하승기율〉에서는 죽이 열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했다. 안색을 좋게하고 힘이 넘치며, 수명을 연장시킨다. 안락함이 있으며 말 솜씨가 시원하다. 소화를 좋게하고 가마기에 걸리지 않는다. 공복감을 충족하며 목의 갈증을 풀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소변을 잘 조절한다고 했다.
그러면 부처님은 술에 대해서는 어떤 원칙을 내렸을 까. ‘약건도편’에 따르면 부처님은 술을 금하지 않았다.
“여덟가지 술을 마셔도 좋다. 취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 때나 마셔도 좋고 취한 사람이거든 마시지 말라. 오늘 받은 술을 내일에 먹지말라”
부처님 당시 육식금지 없어… 단, 식탐은 경계
대승불교 발달과 함께 ‘엄격주의’로 흘러
최근엔 건강위해 일반인도 사찰음식 즐겨
부처님의 마지막 공양이 된 춘다가 바친 공양물은 지금도 그 내용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수카라 맛바다’라는 이 음식을 한편에서는 멧 돼지의 연하고 부드러운 날고기로 부르는 가하면 멧 돼지가 즐겨먹는 버섯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부처님은 이 음식을 먹고 난 뒤 탈이나 열반에 들었다.
부처님은 이처럼 음식에 대한 탐심을 내지 않으면 엄격한 제약을 가하지 않았다. 부처님의 이같은 원칙에대해 엄격한 고행주의를 주장했던 데바닷타는 음식에서도 부처님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오분율〉 권25를 보면 데바닷타는 소금을 먹지않는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생선과 고기를 먹지않는다, 걸식한다, 8개월은 태양아래 있고 겨울 4개월은 초가집에 머문다는 오법(五法)을 주장했다. 데바닷타의 주장에 대해 부처님은 이미 그 폐해를 겪었기 때문에 이를 반대했다.
부처님 당시 엄격하지 않았던 식습관은 대승불교의 발달과 함께 오신채를 음식에 넣지 않는 등 엄격주의로 흐른다. 이는 비구들의 정주생활과 연관이 있다. 신도들이 기증한 정사(精舍)생활이 정착되면서 절에는 부엌이 생기고 신도들이 조리를 하게 됐다. 그리하여 음식에 대한 규제도 생겨난다.
오신채(五辛菜)가 대표적인 금지 음식이다.
오신채는 냄새가 나는 채소인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말한다. 이 다섯가지 채소는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게 되고 날 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하기 때문이라고 능엄경에서 말하고 있다. 〈입능가경(入能伽經)〉권8의 16 ‘차식육품(遮食肉品)’ 에서는 “술과 고기와 파, 마늘, 부추 는 성도를 가로 막는다”고 했다.
불교 전래시 초창기 중국에서는 술과 고기를 먹었지만 양무시대 이후 점차 소식으로 바뀌어 갔다. 중국 사원에서는 주식이 대부분 죽이었으며, 부식은 스님들이 직접 재배 생산한 채소나 두부, 버섯 들이었다.
한국사찰 역시 오신채와 육류를 금하는 원칙 아래 다양한 사찰음식이 생겨났다. 사찰이나 지역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기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인공 조미료 대신 다시마.버섯.들깨.날콩가루 등의 천연 조미료와 산약초를 사용한다. 신라 때에는 정월 대보름에 찰밥과 약과.유밀과를 만들어내 불전에 올리는 육공양을 한과로 발전시켰다. 고려 때에는 상추쌈.약밥.약과 등이 발전해 중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로 퍼져갔고, 조선 이후부터는 지역이나 사찰마다 고유의 음식문화를 갖게 되었다.
통도사는 두릅무침.가죽김치.가죽생채.가죽전.가죽튀각.녹두찰편이 유명하고, 해인사는 상추불뚝김치.가지지짐.고수무침.산동백잎부각.머위탕.솔잎차가, 송광사는 연근물김치.죽순김치.죽순장아찌가, 대흥사는 동치미가 유명하다고 한다. 지리산 화엄사는 죽순나물과 갓김치, 김부각, 여천 흥국사는 쑥떡, 머위당, 수원 용주사는 국화전과 두부소박이가 발달했다. 이같은 사찰음식은 그 지역 산에서 나는 산나물 등을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별도로 수행자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선식(禪食)을 만들기도 했다. 선식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단무지다. 일본의 사찰에서 쌀겨와 소금으로 무를 절이고 버무린 뒤 항아리 등에 담아서 익혀서 먹던 이 음식은 일본의 대선사인 다꾸앙 스님이 선식으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 뒤 스님의 법명을 따 ‘다꾸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의 고승들은 산에 흔히 있는 송화가루 등을 뭉쳐서 선식으로 사용했다.
어느 절이든 김치와 된장 간장 등 우리 고유의 음식과 양념은 공통적으로 이용한다. 특히 김장철이 되면 산중의 전 대중스님들이 나와 거드는 대울력이 펼쳐진다. 해인사의 경우 방장스님이 나와 양념이 잘됐다는 ‘OK’ 사인이 떨어져야 김장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후원 소임이 스님들에서 재가자 공양주로 바뀌면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사찰음식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입맛이 속세로 내려 간 것이다. 최근 들어 사회의 건강바람을 타고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스님과 단체들에 의해 사찰음식이 새로 개발되고 있다. 또 전국적으로는 사찰음식만을 취급하는 음식점도 많이 생겨났다.
현재 사찰 스님들의 식단은 나물과 국, 찌개, 된장, 고추장, 튀김, 버섯, 야채 등으로 우리의 전통적인 식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떡과 국수도 가끔 상에 오른다. 특히 국수는 스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국수만 나오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고 해서 국수를 ‘승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삭발하는 날은 기를 보충하기위해 잡곡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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