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불거진 대한불교조계종 일부 승려들의 음주 도박 파문으로 부처님오신날(28일)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에 젖어야 할 불교계가 침울하다. 비신자나 재가불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승려들의 계율에 대한 의식은 어디까지인가. 또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장 서리 정념 스님은 화투가 승려들의 놀이문화 중 하나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 사과하는 등 선종 중심으로 흐른 한국불교는 계율에 대한 인식이 다소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
‘빠알리 성전을 통해 본 부처님 일생’이란 부제가 붙은 신간 ‘부처님을 만나다’를 펴낸 일창 스님.&cid=<%=request(cid)%>" frameBorder=0 marginWidth=0 scrolling=no align=left> | 대승불교에 비해 낮은 어감을 주는 ‘소승불교’로 표현돼 왔던 동남아 상좌부불교(上座部佛敎·테라와다)의 수행법인 ‘위빠사나’를 지도하고 있는 한국마하시선원의 지도법사인 미얀마 출신 우 또다나 사야도(55). 2002년 한국에 온 그는 2007년 8월부터 인천시 부평구에 자리한 이 선원에서 불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21일 밤 인천 만수동 숙소에서 만난 그는 석가모니 부처의 계율에 바탕을 둔 삶을 역설했다. 그의 법명 ‘또다나’ 앞에는 존경의 뜻이 담긴 ‘우(U)’와 뒤에는 법랍 30년 이상의 승려에게 주는 ‘사야도(큰 스님)’란 호칭이 붙어 있다. 한국승려 도박 파문 소식을 들어 익히 알고 있는 우 또다나 사야도 법사는 통역자이자 자신의 조언이 대다수 수록된 신간 ‘부처님을 만나다’(이솔)를 펴낸 일창 스님(40)에 대해 “오해가 없기를”이란 말을 반복하며 한국불교, 미얀마 승려들의 계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술·담배 등 비신자나 재가자들의 신심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석가모니 뜻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승려들은 어떤 계율에 따르나.
“부처님이 설한 기본 오계(五戒)가 있다. 살생하지 말 것(不殺生), 주지 않은 물건을 갖지 말 것(不偸盜), 삿된 음행을 하지 말 것(不邪淫), 거짓말을 하지 말 것(不妄語), 정신을 흐리게 하는 약물이나 술을 마시지 말 것(不飮酒). 미얀마 승려들은 이 밖에도 227계, 세세한 항목까지 따져가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계율을 의식하며 산다.”
―최근 조계종 일부 승려들이 흡연과 음주, 도박으로 세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계율을 집대성한 율장(律藏)에는 담배 피우는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하지만 부처님이 설한 오후(낮 12시∼다음날 동틀 때까지)불식 기준을 적용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오후불식 기준을 적용하는 분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느슨한 승려들은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오후불식 아닌 시간에 담배를 피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뜻에 충실한 스님들은 술·담배·입담배·마약 등을 하지 않는다. 그런 행위를 함으로써 승가에 대한 재가자의 신심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된다. 출가 승려는 재가자들의 신심을 고양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고 부처님도 설했다. 비신자나 재가자들이 사람(승려)을 믿지 못하면 결국 불법(佛法)을 불신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처님의 크고 넓은 가르침이 전해지지도 않을뿐더러 실천도 안 될 것 아닌가.”
―담배나 술을 입에 댄 적이 있는가.
“14살 때 출가했다. 내 의지로 담배나 술을 한 적은 없다. 도반(함께 수행하는 벗)이 음료수라고 말하며 마시라고 해서 별 생각 없이 마셨는데, 알고 보니 포도주였다. 참회했다. 재가자들은 출가자의 행위에 대해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그 눈으로 스님들을 본다.”
|
우 또다나 사야도는 “술·담배·마약 등 비신자나 재가자들의 신심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부처님의 뜻에 반한다”며 “수행자는 비신자나 재가자에게 계율에 엄격한, 실천하는 수행자로서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담배나 술을 탐하면 어떤 제재 조치가 있나.
“참선공간인 한국의 선원에 해당하는 수행센터에서는 술, 담배를 할 경우 강제 퇴방 조치가 내려진다. 강원(講院)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도 마찬가지다. 신자들이 지켜본다.”
―시대도 문화도 달라졌다. 과거 계율을 다 지키며 살 수 있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는 부분이 있다. ‘10사(事)’ 중에 열 번째 금은정(金銀淨)에서는 금과 은을 받는 관행의 예를 들 수 있다. 금은은 요즘으로 치면 돈을 뜻한다. 그런데 계율에 따르면 스님은 돈을 만질 수 없다거나 소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강의료를 받을 경우 출가자는 직접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스님 옆에 재가자인 집사가 함께해 돈을 받아주는 등 도움을 주어야 한다. 돈은 아니지만 교통카드는 스님이 받아써도 된다. 경우에 따라 상황에 따라 너무 복잡해 설명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출가자로서 최대한 지키려 노력하고, 그렇지 못하면 끊임없이 참회한다.”
―지키지도 못하는 과거 계율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개선할 필요는 없나.
“부처님의 계율은 권위계목이요 명령계목이다. 이는 줄여서도 첨가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못 지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늘 참회하는 것이다. 스님은 수행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재가자는 스님이 계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계율을 지키며 수행하는 스님들은 존경을 받을 것이고, 자연스레 재가자들의 보시 등도 뒤따를 것이다. 승단을 위해서는 스님과 재가자의 균형있는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불교에 대해 한마디.
“직접 경험하지 않아서 잘 모른다. 다만 부처님의 근본적이고도 기본적인 가르침이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퍼지지 않은 것 같다. 부처님은 이미 법문 등을 통해 부자·사제·부부·직장 관계 등 사회 제반 관계와 도리, 의무 등을 설했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와 달리 한국에는 이처럼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부족한 것 같다.”
―한국에서 위빠사나 수행자가 늘고 있다.
“한국인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 자살도 많다. 가정, 직장, 사회 어디서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괴로움을 해소하는 데 위빠사나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