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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하가섭이 왕사성의 기사굴산에서 경장결집(經藏結集)을 할 때 처음 십오일 동안 화합승(和合僧)을 모으고 대가섭은 선정에 들어, 천안통(天眼通)으로서 천 명 가운데 아직 번뇌가 끊어지지 않은 자를 찾았다. 그 결과 모든 사람들은 이미 모든 번뇌가 끊어져 청정무구하였지만 한 사람만이 번뇌가 미진(未盡)한 자가 있으니 그것은 아난이었다. 대가섭은 스스로 아난의 손을 잡고 그에게 추방할 것을 선언했다.

 아난이여, 그대에게는 번뇌(煩惱)가 남아 있다.

 여기 모인 청정 비구는 이제부터 경장결집에 착수한다. 그대는 번뇌가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결집에서 빠져주는 것이 좋겠다.

 대가섭의 선고는 아난을 슬프게 울렸다. 아난은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25년 동안 부처님을 시봉하고 좌우에서 급사(給仕)했다. 그 오랜 동안에 이와 같은 모욕을 당한 적은 없다. 생각하면 부처님은 참으로 대덕(大德)이시므로 그 끝없는 대자비로써 부족한 나를 애호해 주신 것이다. 아난은 다시 말을 이어 가섭존자에게 말했다.

 존자여! 나는 우매한 사람입니다만 번뇌를 끊으려고 생각한다면 그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것을 하지 않은 것은 모든 부처님 법으로써 아라한(阿羅漢)이 되면 부처님 좌우에 급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일부러 약간의 번뇌를 남겨 둔 것입니다.

 아난이여! 여기서 나가 달라는 것은 다만 번뇌(煩惱)의 문제뿐 아니라 그 밖에 그대에게는 6가지 허물이 있다.

첫째, 부처님은 여자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으려 하셨다.

 그러나 그대는 몇 번이고 허락하시기를 청했기 때문에 여자의 출가를 허락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법은 오백년으로서 쇠퇴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그대가 지은 죄가 아닌가?

 존자여! 삼세(三世)의 모든 부처님 법에도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사부대중(四部大衆)이 있는 것은 존자도 잘 아실 줄 압니다.

 우리 부처님 법에 한해서 비구니가 있는 것만이 아니옵니다.

 아난이여! 여자가 출가하는 문제는 그렇다 치고, 또 그밖에 죄가 있다.

 둘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려고, 쿠시나가라성(拘尸那揭羅城)에 가까이 오셨을 때의 일이다. 세존께서 등이 아프셔서 칠조가사(七條衣)를 깔고 누우시고 아난에게 물을 가져오너라! 했는데, 그때 왜 물을 드리지 않았는가? 그것은 더욱 큰 죄이다.

 존자여! 그때 오백 대의 수레가 물을 건넜기 때문에 냇물이 흐려서 떠드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난이여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가령 물이 흐렸더라도 부처님은 신통이 계시므로 대해의 탁수(濁水)라도 청정케 할 수 있다.

 그런데 부처님의 명령을 어기고 물을 올리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중죄이다. 그러니 이 결집성회를 떠나서 참회 수행을 하는 것이 좋겠다.

 아난이여! 세 번째로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신통을 즐겨 수행하는 자가 있다면 다시 일 겁 동안 이 세상에 주(住)해도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부처님은 세상에 신통수행자는 없느냐? 3번 물으셨지만 그대는 고의로 침묵(沈黙)을 지켜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만약 그대가 그때 부처님께 대답을 드렸으면 부처님께서는 아직도 일 겁(一劫)동안 이 세상에 주(住)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열반(涅槃)이 상상외로 빨랐던 것은 그대의 태만(怠慢)으로서 부처님을 열반에 들게 했으니 이것도 또한 중한 죄가 아니냐?

 존자여! 그때는 악마의 무리가 세존을 방해해서 나에게 대답을 시키지 않은 것이요. 입이 열리지 못하게 된 것은 전부 마군(馬軍)의 소행이요, 나에게 나쁜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아난이여! 네 번째로, 그대는 일찍이 부처님의 법의(法衣)를 갤 때 발로써 청정의(淸淨衣)의 위를 밟지 않았느냐? 그 또한 중죄이다.

 존자여!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태풍이 불었기 때문에 부처님 옆에는 나 혼자 모시고 있었으므로 다른 손을 빌릴 수 없었습니다. 너무 바람이 세어서 부처님의 법의를 잡으려 할 때 바람 때문에 법의가 발 옆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밟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요. 절대로 결코 공경(恭敬)하는 생각이 부족했던가, 또 소홀히 다루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가섭존자는 아난이여! 다섯째로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 부처님의 음장(陰藏)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는가? 특히 여인에게는 부끄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한 것은 중죄라 생각지 않느냐?

 하루는 여 불자님들이 보자고 청하자 부처님의 가사를 들치고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 부처님의 32상중 마음장상(馬陰藏相)은 남근을 말하는 것인데 부처님의 남근이 꼭 말(馬)의 그것과 같다고 하였다. 감춰져 있다는 뜻이다.

 존자여! 그때는 특히 생각했던 일이 있었던 것입니다. 여인이 부처님의 음장을 본다면 스스로 돌아보아 여인의 형체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남자의 몸을 얻으려 원해, 일층 선근을 심게 하려고 생각하고서 여인에게도 보게 한 것입니다. 부끄러움이 없이 파계를 한 것은 아닙니다.

 부처님은 반 열반을 앞두시고 다음과 같은 유훈을 남기셨다고 한다.

 여섯째 버려도 좋을 사사로운 계의 구체적인 한계를 부처님께 여쭙지 못한 죄이다. 아난아, 승가(僧家)가 원하면 내가 가고난 후에는 사소한雜碎 학습계목들은 폐지해도 좋다.(디가니까야, 대반열반경)고 하였다.

 어떻든 십대제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역할을 하였으며, 100세가 넘게 장수하면서 부처님 입멸 이후의 교단(敎團)을 정비하는데 큰 공헌(貢獻)을 세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