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상록(八相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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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 : 하늘나라에서 세상을 살피시다.
도솔천의 호명(護明)보살이 하계 중생의 고통 받음을 관찰하시고 그들을 측은히 여겨 육아백상(六牙白象)을 멍에하여 카필라국의 마야부인(摩耶夫人), 복중(腹中)에 드옵시니 이를 일러 도솔래의상이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시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겁(歲月) 동안 수많은 생을 통하여 부처님이 되기 위한 수행과 공덕을 쌓으셨다. 그리하여 이제 도솔천에 계시면서 세상에 나아갈 때를 기다리며 세상을 살펴보셨다. 카필라 국의 슈도다나 왕과 마야부인이 어질고 덕행이 뛰어남을 아시고 마야부인의 꿈에 흰 코끼리를 탄 모습을 나투어 두 분을 통해 이 세상에 오실 것을 예고하셨다.
◆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 부처님 세상에 오시다.
열 달(十朔)이 차서 마야 부인 당시의 관습에 따라 친정으로 거동하시다가 룸비니(藍毘尼)라는 동산에 이르러 무우수(無憂樹) 나무 가지를 잡으시고 우협(右脇)으로 태자를 탄생(誕生)시키시니 일러서 비람강생상이라 한다.
지금부터 2500여 년 전, 갖가지 꽃이 만발하고 향기 가득한 룸비니 동산에서 부처님은 태어나셨다. 처음 태어나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옮기시고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시며 하늘과 땅 위에 나 홀로 존귀하네(天上天下 唯我獨尊)라고 외치셨다.
이것은 바로 자기존엄, 인간존엄, 생명존엄의 선포요, 우리들 모두는 신성하고 무한 절대한 생명의 주인이라는 선서였던 것이다.
◆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 네 문에서 만난 사람들
태자께서 29세가 되셔서 동문으로부터 남문, 그리고 서문을 차례로 거동하시어 중생의 노․병․사(老病死)를 친히 관찰하시고, 다음날 북문으로 나가시어 출가 사문(出家沙門)의 법문을 들으시고 개연(慨然)히 환궁하셨으니 그를 일러서 사문유관상이라고 한다.
싯다르타는 자상하게 양육되고 훌륭하게 교육되었으며, 열아홉 살 되던 해에 야쇼다라를 아내로 맞이하여 안락하고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하였지만 그는 점점 깊이 인생의 문제에 관하여 명상하게 되었다.
어느 봄날 싯다르타는 성의 동문으로 나아가다가 노인을 보았으며, 인간은 반드시 늙어 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왔다.
이와 같이 그는 남문에서 병든 자를, 서문에서 주검의 행렬을, 그리고 북문에서는 출가수행자의 잔잔한 미소를 발견하고는, 늙고 병들고 죽음을 생각하고 또 자기가 가야할 길을 느꼈다.
◆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 카필라의 성을 넘어
라훌라(Rahula 장애, 속박)가 태어나자 마부 차익(車匿)으로 하여금 건척(健陟)이라는 말을 안장(鞍裝)지어 二月 八夜에 성을 넘어 설산으로 향하시니 그를 일러 유성출가상이라 한다.
싯다르타가 스물아홉이 되었을 때 아내 야쇼다라가 아들 라훌라를 낳았다. 그는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인생의 문제에 대해 회의하게 되었으며,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벗어난, 그리고 슬픔과 고뇌가 없는 길을 구하게 되었다. 궁중에서 큰 잔치가 베풀어지던 날 밤, 그는 아내와 아들과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없는 작별을 고하였다.
마부 찬타카를 깨워 애마 칸다카를 타고 카필라 성벽을 넘어 어둠을 뚫고 달려갔다. 그는 때 묻고 얼룩진 껍데기를 벗어나 새롭고 영원한 기쁨을 찾아 출가한 것이다.
◆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 가야산의 숲 속에서 싯다르타!
히말라야 산에 들어가 육년 동안을 여러 선지식(善知識)을 찾아다니며 고행(苦行)하는 기간을 설산수도상이라 한다.
이제 그는 왕자(王子)가 아니고 맨발로 걷는 구도자(求道者), 빛을 찾아가는 수행자였다. 그가 찾아간 여러 선인들에게서 그는 갖가지 고행과 선정을 닦았지만, 그것이 죽음과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그는 혼자 설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가야산의 고행림(苦行林)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강물도 마르게 하고 몸의 피까지 마르게 하는 가시밭길, 과거 현재 미래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고행의 짐을 지고 싯다르타는 나아갔다.
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속박에서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를 풀어내려는 자유의 길 해방의 길을 그는 걸어갔던 것이다.
◆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 : 보리수 아래의 빛나는 새벽 별!
보리수하에서 좌정에 들어 계실 때 마왕은 태자가 모든 장애물을 정복 받고 정각을 성취할 것임을 알고 미녀를 보내 갖은 교태로 유혹했다.
그러나 태자는 넌지시 신통력을 써서 그 미녀를 마귀할멈으로 변화시켜서 이를 물리쳤다. 그리하여 태자는 나고 죽음의 근본인 애욕(愛慾)의 뿌리를 뽑은 것이다. 그러자 마왕은 크게 두려워하여 모든 신하를 불러 모아 80억 마군중을 동원하여 가지가지 험악한 형상으로 허공을 가득 채우고 천지를 뒤흔들며 태자를 습격해 왔다. 그러나 태자는 금강정(金剛定)에 든 채 어떤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대 자비의 법력으로 그들을 포용했다.
이로써 무량겁을 쌓아 온 진에심(瞋恚心)의 인연으로 일어나는 원한과 대립의 악마경(惡魔境)을 뿌리 뽑았다.
죽음을 뛰어넘을 고행을 통해서도 싯다르타에게는 빛나는 진리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런 길이 욕심을 따르는 쾌락의 길도 아니고 육체를 괴롭히는 고행의 길도 아닌 중도의 길이 바른 길임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수자타의 공양을 받고 기운을 회복한 싯다르타는, 부다가야의 보리수 나무아래 앉아 깊고 고요한 명상에 들어갔다.
그의 나이 서른다섯 되던 해 12월 8일, 그는 쌓였던 어둠과 장애를 넘어섰으니 싯다르타는 부처가 되신 것이다.
◆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 : 감로(甘露)의 문이 열리다.
녹야원(사슴 동산)에 이르러 처음으로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제법이라는 법륜(法輪)을 굴리시니 이를 일러 녹원전법상이라 한다.
대 진리를 이루신 부처님은 먼저 누구에게 이 법(眞理)을 설할 것인지를 생각하셨다. 그리곤 가야산에서 함께 고행하다가 그를 비난하고 떠나간 다섯 수행자를 생각해 내시고, 2백km나 떨어진 바라나시(베나레스)를 향해 떠났다. 베나레스의 근교 녹야원, 이곳에서 5명의 수행자들에게 최초의 가르침은 베풀어졌다.
그 가르침은 두 극단을 뛰어넘는 중도의 길이었고, 세상의 고통과 고통의 원인(執着)과 이를 벗어난 평화(滅)와 그에 이르는 방법(道)에 관한 것이었으며, 그 방법은 바로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八正道)을 힘써 수행하는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 : 쿠시나가라의 사라수(紗羅樹) 아래서
45년 동안에 설법을 마치시고 쌍림(雙林)으로 나아가서 열반(涅槃)에 드옵시니 이를 일러 쌍림열반상이라 한다.
부처님의 길, 그것은 만인을 위한 땀과 피와 눈물의 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영광과 승리와 기쁨의 길이기도 했다.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이 있듯이 부처님의 발길, 눈빛, 목소리는 모든 이들의 고통과 항상 함께 하는 빛이었다.
진리의 문을 여신지 여든 해, 열반의 땅 쿠시나가라에서 부처님은 그 장엄한 생애를 마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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