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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계품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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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산
댓글 0건 조회 2,447회 작성일 14-04-2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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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 비구니 '명사(明師)' 법계 품서받다
 
불문에 귀의한 지 어언 80년.
올해 세수(世壽) 아흔 일곱이니 부처님 곁에서 백수(百壽)를 다 하고 있는 진금 혜운스님이다.
1926년 해인사에서 청호스님을 계사로 하여 사마니계를 수지(受持)한 이후 신광사,내원사 자운암,백운사 주지를 거쳐 비구니 이부승 전계아사리를 역임하였다.
 
합천 가야산의 가을 하늘에 엷게 운무가 자락을 편 날(23일)에 해인사를 찾았다.
필자가 가진 종교가 불교가 아닌 관계로 불교의 여러 의전이나 행사에 어두워 이 날 해인사에서 열리는  '명사 법계품서식'이 정확하게 무엇인 지 모른채 해인사에 도착했다.
가야산과 해인사는 숱해 찾았지만 진작 가을에 방문한 기억은 없는 것 같아 가야산 입구부터 마음이 설�다.
가야산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배경삼아 아름드리 나무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내음이 도심의 찌든 때를 덕지덕지 매달고 온 나그네를 평화롭게 반겼다.
참으로 자연은 휴식이고 생명이다.
해인사에 가까워질수록 가야산 나뭇잎의 색은 불그스럼한 듯 단풍으로 새 단장 하고 있었고  은행나무도 그 눈부신 노랑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었다.
 
해인사 대적광전 앞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신도들이 발걸음하여 입구를 둘러싸고 합장을 하며 곧 있을 '명사 법계품서식'을 위해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불교예식에 문외한이라 발걸음을 종무원으로 옮겨 행사전에 미리 조그만 지식이라도 구하고자 하였고 다행히 스님 한 분에게 잠시 비구니 법계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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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이신 법전 스님이 법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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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금 혜운스님(왼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여섯분의 비구니들이 법계 품서식에서 합장하고 있다
 
 
 
조계종 비구니 법계는 계덕정덕,혜덕,현덕,명덕그리고 명사로 나누어진다.
계덕(戒德)은 승랍 10년 미만이거나 승가고시 4급 합격자이고 정덕(定德)은 승랍 10년 이상에 3급,혜덕(慧德)은 승랍 20년 이상과 3급,현덕(顯德)은 승랍 25년 이상과 1급,명덕(明德)은 승랍 30년 이상인 비구니가 가진 법계이며 비구의 대종사에 해당되는 품계인 명사(明師)는 승랍 40년 이상된 비구니에게 품서한다고 한다.
 
스님에게 설명을 듣고나니 명사(明師)란 품계가 얼마나 많은 수행을 거쳐야 오를 수 있는 자리인 지 실감할 수 있었고, 또한 이날 의 비구니에 대한 '명사' 품계는 한국 불교사상 처음이라고 하니 불교계에서는 대단히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하겠다.
 
이윽고 대적광전에서 품서식의 시작을 알리는 명종이 울렸다.
조계종의 제일 어른이신 종정 법전스님과 여러 노스님들,총무원장 지관스님등 불교계의 가장 큰 스님들이 부처님 앞에서 합장을 하고 서서 이날 '명사' 품계를 받는 여섯 분의 비구니들을 위해 기원하고 있었다.
 
불문에 귀의한 지 사십성상이 지나 그 많은 수행의 어려움을 견디고 속세의 중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애쓴 여섯분의 새로운 '명사'들의 얼굴엔 세속의 할머니가 아닌 갓 태어난 아기의 미소를 가진 듯 평화스러워 보였다.
다만 육체의 노화로 부처님께 드리는 배(拜)를 제대로 행할 수 없어 안타까워 하였지만 앉아서 드리는 예불에도 단상의 부처님은 예의 그 평화의 미소를 짓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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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이신 법전스님이 법계증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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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스님으로 부터 받은 가사를 받아 머리에 이고 있는 비구니 '명사'들
혜운스님만이 몸이 안따라 그냥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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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운스님이 새로 받은 가사를 주위의 도움으로 입고 있다  
 
 
 
특히 올해 세수 아흔일곱이신 진금 혜운스님은 부자유스런 몸임에도 끝까지 품서식에 참가하며 그 깊은 불심을 보였다.
옆에서 부축하는 도우미 스님들에게 아기같은 말투로 "나 괜찮어" 하고 말을 할 때에는 죄송스럽게도 '정말 귀여우셔'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수하게 보였다.
가야산의 자연이 보여주는 그 청량한 아름다움이 노스님의 얼굴에서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예식을 끝내고 해인사를 뒤로하고 나오면서 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안식'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요란한 의식이나 전도행위,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설법등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수양하며 쌓아온 덕있는 얼굴을 만날 때에 느끼는 평안함이 속세의 사람들이 찾는 진정한 종교의 미덕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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